
항해
작년 말부터 시작했던 부트캠프를 4월에 수료했다. 잘하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 환경에서 꾸준히 공부 의욕을 얻는다는게 가장 큰 아웃풋이었다.
이후에 학습메이트도 두 번 했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스터디도 하게되면서 일 년을 항해로 꽉 채웠다고 해도 될 정도다.
원래 목표였던 수료 후 이직은 실패했고, 내 실력의 바닥을 자꾸 만나면서 좌절도 많이 했지만..
무서움을 극복하고 신청했던 나를 칭찬한다.
배웠던 내용은 크게 `클린코드` - `성능 최적화` - `테스트코드` - `리액트원리`였다. 나한테 영향을 많이 줬던 순서다. 업무하면서 "코드가 이게 최선인가.."를 생각해 본 적이 많았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였는지를 알게 되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업무에 기능 구현 ( =새로운 코드 작성)이 많았던 일 년이었던 만큼 가장 많이 써먹었던 챕터기도 했다. 팀원 한 분을 꼬드겨서 항해를 듣게 했는데, 그분과 클린코드 개념을 공유한다는 경험도 좋았다.
항해 2차전 - 학습메이트
항해99 플러스 프론트엔드 학습메이트 후기 + 추천인코드
항해99 플러스 프론트엔드반 4기를 마치고, 5기 학습메이트(이하 학메라고 합니다)로서의 활동이 끝났습니다!6기 학메도 확정이 난 상태에서,지난 5기를 되돌아보고 더 좋은 6기를 만들고싶은 마
zenna9.tistory.com
첫번째 학습메이트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번년도에서 제일 잘 했던 선택이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수료식을 함께했고, 수료 후에도 스터디로 꾸준히 만나는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도움이 되는 학메였다기보단 대신 잘 싸워주는 행동대장이었던 것 같다.
두번째 학습메이트는 함께 한 기수만 더 하자는 제의에 혹해서 하게되었다. 따로 후기 글을 쓰진 않았다. 즐겁기보단 후회가 커서였다. 첫번째 학습메이트 때 아쉬웠던 내 행동들을 개선해서 더 잘 했다고 생각함에도 내 존재가 우리 팀에, 그리고 함께한 친구들에게 그리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도움이 되려고 했던 행동들은 결국 “그러지 말고 그냥 알아서 하게 둘걸”하는 후회가 되었다.
나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딱히 필요 없는 존재라는건 슬픈 일이었다.
최선을 다해서 얼레벌레 마무리는 했지만, 어쩌면 나는 꼴사납게 떠났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달의 비트인
회장님께서 박람회에서 눈여겨본 AI 기업의 프로그램과 우리 부서의 프로그램을 연동해서 쓸 수 있도록 개발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진료 녹음 파일을 API로 보내면 SOAP이라는 표준 진료기록 양식으로 자동 변환해주고, 결과를 원래의 입력창에 바로 넣을 수 있게 한 연동이었다. 외부 마이크를 브라우저에서 인식해서 녹음하되, 여러 마이크가 있는 경우 원하는 마이크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시간 마이크 볼륨을 화면에 표시하고, 녹음파일을 맞는 인코딩으로 변환하기도 했다. BE보다는 FE쪽에 비중이 많아서 재밌게 했는데, 심지어 이 업무로 ‘이달의 비트인’ 상도 받게 되었다.
시범적으로 우리 부서에서 먼저 진행하고, 다른 부서에서 참고할 업무였어서 더 주목을 끌었던 것 같다. 미팅과 기획도 열심히 다녔는데 그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오니 뿌듯했다. 사실 매 달 한 명씩 추천제로 받는 상이었지만 언젠가 한번쯤 받아보고 싶었기 때문에 기뻤다.

진급
밀리지 않고 선임으로 제때 진급을 했다. 전 회사에서 (직급이 아니라 호봉이었지만) 밀리는 경험을 해 봐서 그게 얼마나 좌절스러운지 알기 때문에 이것도 감사한 경험이었다. "만에 하나", 라는 생각으로 진급장을 받는 날까지도 큰 기대를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무사히 진급하고 나니 회사에서 "잘 하고 있다"고 해준 것 같아 괜히 더 마음이 놓였다. 나는 인정받는걸 좋아하나보다.

금사철은 절반은 상하고 절반은 잘 살아있다
스터디
항해 수료생들과 스터디를 하고 있다.
코테 풀기로 시작했던 스터디는 책 읽는 스터디로 바뀌고, 한 명씩 이탈하면서 파탄 직전까지 이르렀지만 우리 회사 사람을 두 명 끼워넣으면서 극적으로 소생중이다. 강제적인 계기라도 있어야 조금씩 읽는 것 같아서 되도록이면 쭉 하고싶다.
(읽으려고 사 뒀다 앞부분만 너덜거리는 책을 늘리지 않아서 좋다ㅠ)
코테 스터디도 다시 하고 싶지만 지금 더 늘리긴 좀 무리지 않을까.. 인원이 계속 들락날락하는데 (심지어 나도 중간에 한 권 쉬었다)
한번도 안 빠지고 꾸준히 같이 해준 성규가 정말 고맙다.
또 사실 최근의 꾸준한 포스팅은 블로그 글쓰기 스터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5기 수료생인 스터디원들과는 정기적으로 근황 토크를 하다 보니 많이 친해진 것 같고 누가 정기 모임에 빠진다고 하면 보고싶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오래 가게 하고 싶어서 자꾸 활동을 잔소리하게 되는데 집착걸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사실 이 글도 스터디원들이 보게 될 예정이라 좋아하는 정도를 상세하게 쓰기가 좀 민망하다. 여튼 그렇게 좋다.

제대로 파멸한 사이드 프로젝트
몰랐다. 이렇게까지 파멸할 줄. 너무 명시적으로 파탄이 났기 때문에 묘비명을 지어줘도 될 정도였다.
너무 빨리 친해졌던게 문제였을까?
내 목적은 염불보단 젯밥(우리의 인연)이었고, 최고의 열정맨은 바쁨을 사랑한 나머지 아무것도 진행하지 못했고,
염불을 목표로 하던 (진정한 프로젝트러) 친구는 느린 진도와 얼레벌레식 운영에 지쳤고,
마지막 한 명은 열정맨에게 좀 지쳤고, 감정 과잉이었던 나에게도 지쳤을지도.
희한하게 우린 다들 한때 서로에게 좀 미쳐있었던 것 같다. 새벽 세시까지 떠들고도 모자랐으니까. 그 시절엔 프로젝트 이상으로 내 삶을 차지하던 인연들이라 오래 아쉬웠지만 떠나야 할 때임을 알았고 장렬하게 해체했다. 그렇게 리액트를 제대로 경험해보고자 했던 내 희망도 장렬하게 해체됐다. 혼자 뭔가 하기엔 나는 너무 게으른 사람이었으므로.
책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구절에 꽂혀서 읽은 책이었는데 문장이 아름다웠고 내용은 진부했다. 주인공들이 내 친구였다면 정말 답답했을 것 같다. 요즈음 읽는 책들이 대부분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과 진부한 줄거리라 아쉬웠다. 사실은 뻔하고 허풍스러운 얘기를 더이상 재밌게 읽을 수 없는 내가 제일 아쉬웠다.

설명이 재밌다! 아직 읽는 중인데, 자바 기반으로 설명해서 자바스크립트와는 다른 점이 많지만 실무에서 맞닥뜨렸던 많은 고민거리를 패턴으로 이해하고 힌트를 얻는 것 같아서 유익하다. 1/3정도 읽은 것 같은데 점점 내용이 난해해지고 있어서 걱정이 되지만 끝까지 마무리해보려 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예전에 정말 좋아하던 작가인데, 이 소설을 리메이크한 넷플릭스 드라마가 릴스에 뜨길래 궁금해서 읽어봤다. 정말 오랜만에 집중해서 읽은 책이었다. 흥미를 놓치지 않고 줄거리를 끌고 가는 작가의 능력이 탐났다.
어느 정도로 재밌냐면 엄마에게 추천해서 완독 후 “재밌다”는 평가를 들었고, 매 년 책 한 권 이상 읽기가 목표지만 별로 성공한 적 없는 아빠도 재밌다고 하셨다. “마당이 있는 집”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었다.

클린코드를 신경쓰지 않고 시간이 누적되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해서 서술한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 다만 정말 클린 코드를 어떻게 작성하면 좋을지는 이 책보다도 항해 과제가 더 도움이 되었던 것도 같다. 결국 클린코드를 위한 자기만의 컨벤션은 해보면서 정해가야 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읽다가 만 수많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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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
열심히 사는 개발자로 스스로를 세뇌하던 기간이라 그런가 특히 컨퍼런스를 많이 다녔다.
FeConf
작년 FeConf를 다녀온 친구의 말에 따르면 올해는 굿즈가 부실했다! 확실히 FE=리액트인 분위기가 있다 보니 나랑 연관된 주제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심지어 우리 회사는 디자인 시스템을 쓰지 않고, 스토리북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런 주제를 장님 코끼리 다리 핥듯 느끼는 수밖에 없었다.
다만 모노레포도 쓰지 않는데 (우리는 거대한 하나의 레포라서 모노레포라고 하긴 어려웠다.) 플렉스 김종혁님의 발표는 재밌게 들었다. 필수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어째서 모노레포가 재앙이 되는지, 그래서 결국 어떻게 이걸 분해해야 했는지에 대해 굉장히 유쾌하게 풀어주셨다. 모노레포가 요새 거대한 유행처럼 쓰이는 것 같은데, 오히려 좀 남용되지 않나 싶었던 그동안의 의구심이 실현된 스토리라 더 흥미로웠다.

CODE:ME - 개발자 퍼스널 브랜딩 with AI
Gemini를 이용해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퍼스널 브랜딩'을 해보는 세션이었다. 그동안 개발자로서 했던 활동들을 되짚어보고, 어떤 업무가 매력적으로 느껴질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이상하게 이 세션은 기억이 잘 안난다...
분명 이력서만 쓴 건 아니었는데..
DAN25
작년에 굉장히 큰 규모로 열려서 혼자 구경하고도 재밌던 네이버의 DAN 컨퍼런스가 올해도 열렸다. 이번에는 팀원과 함께 다녀왔다.
행사 부스가 많았고, FE주제는 모르는게 많았다.. 이럴 때 정말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분명 사람들이 흥미로워하는 주제인데 나는 그걸 쓰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를 때. 특히 나는 내가 필요하고 궁금했던 주제와 아닌 주제에서의 집중력 차이가 많은 편이라 더 그렇다.
Flexible - SSE도입기

마침 관심 있던 회사의, 관심 있던 주제의 세미나여서 홀린 듯이 신청했다. 정말 재밌었다. 어떻게 SSE를 도입하게 되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에 대해 들었다. 우리 회사의 솔루션은 진료 대기중인 환자 목록을 갱신하기 위해 setTimeout으로 요청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걸 바꿔볼 수 있을지 생각하며 들었다. 성공하든 아니든 여가시간에 한 번 적용해 보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룬 내가 밉다 ㅠ
이후에는 팀원들끼리 주제와 연관된 각자의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아예 연관 없는 얘기도 할 수 있는 네트워킹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서 만난 서연님과는 다른 컨퍼런스에서 꼭 다시 보자는 약속을 했었는데 여러 이유로 아직 보지 못해서 아쉽다.
Flexible - 기술부채
플렉시블 중 가장 난해함을 많이 느꼈던 날이었다. 주제가 BE의 헥사고날 아키텍처에 집중되어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자바 스프링부트를 회사에서 특이하게 쓰고 있기도 했고, 헥사고날 아키텍처를 잘 모르다보니 장단점 토론을 멍하니 듣게 되었다.
뒤에서 몰래 챗 GPT로 키워드를 검색해보면서 들은 기억이 난다.
각 회사가 기술부채를 어떻게 마주하는지, 기술부채 해결을 위해 회사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듣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서 조금 아쉬웠다.
Flexible - 리액트 훅
기록적인 폭설로 2시간 30분간 버스에 갇혀있던 날.
사실 이 날은 Flexible을 또 가고 싶은 마음과 "리액트 주제는 항상 큰 재미가 없었다"는 걱정이 혼재된 상태로 참여하게 되었다.
리액트 훅 주제는 '다른 회사의 개발자는 문제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위주로 보았고, 그 뒤의 조별 토킹이 재밌었다.
각 조에 3명의 참가자와 1명의 멘토(플렉스 개발자분, 대화를 주도해주시는 역할이었다)가 함께 자유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어있었다. 이렇게 다른 회사 개발 얘기를 듣는 것도 흥미롭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화를 더 잘 알아듣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돌아오게 되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자꾸 세미나를 가게 되나보다.
TeoConf
항해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항해 수료생들이 많았던 테오콘.
대형 컨퍼런스가 아님에도 세션이 재밌었고, 발표 세션 외에도 다양한 활동이 준비되어 있어서 화기애애하고 가벼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었다.
개발자끼리의 네트워킹을 중요시하던 평소 테오의 가치관이 많이 보이는 컨퍼런스였다.
세션 외에도 배정된 팀원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거기서 아웃풋을 가져갈 수 있도록 신경쓴 티가 났다.
생각보다 열심히 하는 취미활동

활쏘기. 항해로 바빴던 9개월간 휴궁했더니 자세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자꾸 뺨을 맞아서 활터 어른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안쓰러웠는지 다들 자신만의 팁을 한 가지씩 알려주셔서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듯하다.

클라이밍. 정체기가 온 것 같다. 정체기가 올 만큼 열심히 했느냐 하면 그건 아닌데.. 나보다 늦게 시작한 친구도 슬슬 나를 따라잡는다. 취미는 즐겁게 하는거라고 큰소리를 떵떵 쳤지만 그래도 잘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왕이면 별 힘 들이지 않고 잘하게 되면 더 좋겠다.
12월
“그럼에도불구하고"라는 뉘앙스의 말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포장하기에도 민망한 것들을 꾸미고자 할 때 내가 쓸 법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두시간이나 기다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긴 했어" 같은 느낌으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망한 것들 사이에서 작은 성취와 성장과, 행복했던 순간들과 햇빛을 건져내면서 지나가는 것 같다.
이번년도도 그랬다. 감정 과잉이었고 새벽까지 바빴고 체력적으로 한계였고 언제나 코너에 몰려 있듯 쫓기는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일들이 많았고 많이 얻었다.
그래도 내년에는 조금 덜 힘들고 많이 얻어가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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